News Clipping
아시아경제 뉴스-아찔한 상상 '보디페인팅'
착한짱아
2010. 5. 28. 16:58
아찔한 상상 '보디페인팅'
기사입력2010.05.26 10:11최종수정2010.05.26 11:02
가슴을 울리는 전자사운드를 배경으로 한 채 나신의 중년남자가 하얀 천이 내려진 벽을 향해 뒤돌아 서 있습니다. 보디페인팅 퍼포먼스를 위해 기꺼이 옷을 벗은 구리빛 피부의 캔버스 근육을 따라 서양화가 배달래(42)의 물감이 덧칠됩니다.
둘 사이는 그리 오래된 만남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몸을 허락하는데 까짓 물감세례쯤이야 당연히 감수해야 하겠죠. 붓놀림이 엉덩이와 발바닥과 목덜미의 경계를 넘나들며 남은 물감들이 흩뿌려질 때마다 움찔하는 몸부림에 맞춰 연주자들은 악보 없는 즉흥연주로 혼신의 음을 토해냅니다.
굴러다니는 스테인리스 밥그릇들을 따라다니며 스틱으로 괴롭히는가 하면, 장구를 치는 것으로는 만족 못해 긁어대고 찌르고, 일렉트릭기타 줄의 진동에 자석을 갖다대고 숟가락과 플라스틱호스들까지도 동원되는 소리의 융합.
바닥에 설치한 악기를 조작하느라 간혹 기어 다니는 움직임에서 팀 이름을 ‘불가사리’로 했는지, 6명의 다양한 국적의 실험음악가들에게 언어는 오히려 벽이 될 뿐 소리에 취해서 30여분을 그렇게 서로 울어댔습니다.
드디어 ‘부토’라는 일본전통무 ‘죽음의 춤’이 정지되고 거친 숨이 무용수의 뱃가죽을 들이미는 순간 비로소 관객들은 숨을 내쉴 수 있었지요. 다들 ‘앙코르!’라는 말을 목구멍 속에서 자제시키느라고 애쓰는 표정들. 몸 바쳐서 카타르시스를 해소해주는 그런 상식파괴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밤은 뜨거웠습니다.
‘상상마당 씨어터제로’(Theater Zero)는 퍼포먼스아티스트 김백기(46) 대표가 1998년 이래 무려 3000여회가 넘는 공연을 소화하며 13년째 이른바 ‘홍대앞문화’를 선도하는 외골수들이 지키는 아지트입니다.
심야의 홍대앞 거리가 젊은이들의 클럽문화로 상징되고 있지만, 연극중심의 ‘산울림소극장’과 실험예술 위주의 극장 씨어터제로가 있음으로 인해 그나마 문화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코파스(KoPAS-한국실험예술정신)는 퍼포먼스, 무용, 마임, 실험음악(국악, 클래식포함), 연극, 인디밴드. 비보이 등 다양한 실험예술 공연과 테마파티를 통해 문화의 창의성 한계를 실험하고 있는 중이죠. 해온 열정을 인정받아서 올해 10월에 서울 노원문화거리에서 열리는 6일간의 국제퍼포먼스페스티벌 행사 주관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특별히 약속이 없는 날 씨어터제로로 발걸음을 옮겨보시죠. 보고 듣고 느끼는 행위의 소중함과 온갖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그곳에 앉아서 간간이 박수치는 행위가 얼마나 감동적이고 또한 인색한 표현이 되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것입니다.
운이 좋은 날엔 이국적인 벨리댄서의 배꼽도 근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고 경품도 받고, 즉석에서 참여하는 댄스파티와 마술공연까지 없는 것 말고는 다 제공됩니다. KT&G가 담배 팔아서 번 수익을 홍대 앞에서 문화충전 실탄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는 이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홍익대학교 정문 앞 공원 가까운 100여평(150석규모) 지하공간의 저녁8시. 호기심 가득한 중년들이 들어서면 어김없이 김 대표가 마이크를 잡습니다. 민머리에 턱수염만 기르고 빨간 쫄바지를 입은 외모부터가 실험적이죠. 그는 오늘 10여일간의 조촐한 일정으로 공연 참가를 위해 유럽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무료로 종목 상담 받아보세요
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hanmail.net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둘 사이는 그리 오래된 만남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몸을 허락하는데 까짓 물감세례쯤이야 당연히 감수해야 하겠죠. 붓놀림이 엉덩이와 발바닥과 목덜미의 경계를 넘나들며 남은 물감들이 흩뿌려질 때마다 움찔하는 몸부림에 맞춰 연주자들은 악보 없는 즉흥연주로 혼신의 음을 토해냅니다.
굴러다니는 스테인리스 밥그릇들을 따라다니며 스틱으로 괴롭히는가 하면, 장구를 치는 것으로는 만족 못해 긁어대고 찌르고, 일렉트릭기타 줄의 진동에 자석을 갖다대고 숟가락과 플라스틱호스들까지도 동원되는 소리의 융합.
바닥에 설치한 악기를 조작하느라 간혹 기어 다니는 움직임에서 팀 이름을 ‘불가사리’로 했는지, 6명의 다양한 국적의 실험음악가들에게 언어는 오히려 벽이 될 뿐 소리에 취해서 30여분을 그렇게 서로 울어댔습니다.
드디어 ‘부토’라는 일본전통무 ‘죽음의 춤’이 정지되고 거친 숨이 무용수의 뱃가죽을 들이미는 순간 비로소 관객들은 숨을 내쉴 수 있었지요. 다들 ‘앙코르!’라는 말을 목구멍 속에서 자제시키느라고 애쓰는 표정들. 몸 바쳐서 카타르시스를 해소해주는 그런 상식파괴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밤은 뜨거웠습니다.
‘상상마당 씨어터제로’(Theater Zero)는 퍼포먼스아티스트 김백기(46) 대표가 1998년 이래 무려 3000여회가 넘는 공연을 소화하며 13년째 이른바 ‘홍대앞문화’를 선도하는 외골수들이 지키는 아지트입니다.
심야의 홍대앞 거리가 젊은이들의 클럽문화로 상징되고 있지만, 연극중심의 ‘산울림소극장’과 실험예술 위주의 극장 씨어터제로가 있음으로 인해 그나마 문화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코파스(KoPAS-한국실험예술정신)는 퍼포먼스, 무용, 마임, 실험음악(국악, 클래식포함), 연극, 인디밴드. 비보이 등 다양한 실험예술 공연과 테마파티를 통해 문화의 창의성 한계를 실험하고 있는 중이죠. 해온 열정을 인정받아서 올해 10월에 서울 노원문화거리에서 열리는 6일간의 국제퍼포먼스페스티벌 행사 주관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특별히 약속이 없는 날 씨어터제로로 발걸음을 옮겨보시죠. 보고 듣고 느끼는 행위의 소중함과 온갖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그곳에 앉아서 간간이 박수치는 행위가 얼마나 감동적이고 또한 인색한 표현이 되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것입니다.
운이 좋은 날엔 이국적인 벨리댄서의 배꼽도 근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고 경품도 받고, 즉석에서 참여하는 댄스파티와 마술공연까지 없는 것 말고는 다 제공됩니다. KT&G가 담배 팔아서 번 수익을 홍대 앞에서 문화충전 실탄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는 이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홍익대학교 정문 앞 공원 가까운 100여평(150석규모) 지하공간의 저녁8시. 호기심 가득한 중년들이 들어서면 어김없이 김 대표가 마이크를 잡습니다. 민머리에 턱수염만 기르고 빨간 쫄바지를 입은 외모부터가 실험적이죠. 그는 오늘 10여일간의 조촐한 일정으로 공연 참가를 위해 유럽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무료로 종목 상담 받아보세요
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hanmail.net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